친구
曉烱/崔 順 子
묵정밭에 둘러앉은 꽃다지처럼
밭두렁 고개 내민 메꽃처럼
해 살진 봄빛으로 방실 방실 피어나
개여울에 깨 벗고 물장구치며
물처럼 어우러진 나의 벗이여
어느덧 침묵으로 깊은 강으로
뒤척뒤척 보듬으며 가는 여정
거울 속에 나를 보듯 자네 이마에
노을빛이 은은히 물들었네그려
북적거리는 장터를 뒤로하고
허기진 식욕에 소박한 밥상
수저 하나 더 놓으며 푸짐하게 웃어주던
저녁 강물처럼 내마음에 그림자를 지워주고
고독의 무게도 덜어주었지
이제 잎이 진 나목으로
하루하루 이별을 지우는 나이
마른 가지 휘도는 바람 시리고
서리꽃 피우는 아픈 시절에
우리 서로 빈방에 군불 되고 창가에 깃드는 햇살이네
친구여
오늘은 함박눈이 소복소복 쌓이는구먼
어쩌면 유년의 산천에도 눈이 내려
하얀 솜이불 펼쳐놓고 자네와 나를 기다리지 않을까
우리 손잡고 눈밭으로 달려가
은빛 정수리에 눈꽃을 이고 하얗게 웃어나 볼까
친구들 모두 불러 까르르르 숨이 넘어가 볼까
그 강변 버들강아지 잠 깨우고
버들치도 놀라 폴짝 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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