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의 근심 있는 곳에
나를 불러 손잡게 하라
큰 기쁨과 조용한 갈망이
그대 있음에
내 마음에 자라거늘
오, 그리움이여
그대 있음에 내가 있네
나를 불러 손잡게 해
그대의 사랑 문을 열 때
내가 있어 그 빛에 살게 해
사는 것의 외롭고 고단함
그대 있음에
삶의 뜻을 배우니
오, 그리움이여
그대 있음에 내가 있네
나를 불러 그 빛에 살게 해
- ▲ 일러스트=클로이
어느 순간 신앙 체험에서 말하는 '들림'과도 같은 사랑이 올 때, 그 사랑은 신성의 반열에 오른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사랑의 탐구는 곧 신을 향한 질문이요, 탄식이요, 비통한 갈망이다. 사랑이란 진주를 품은 자는 다만 아프고 뿌듯할 뿐이다.
'기쁨'과 '갈망'이 동시에 자라나는 마음이 곧 사랑이고 그것은 근심과 같은 것이라고 이 시는 말한다. 근심은 외롭고 고단한 것임으로 누군가의 손을 부른다. 손 잡는다는 것, 그 맞잡은 손에서 열리는 빛이 곧 사랑의 뜻임을 알게 한다. 손 잡는다는 것, 손 잡아준다는 것이 구원이라면 그처럼 쉬운 일도 없으련만 우리는 그마저도 못한다고 생각하니 그저 부끄럽기만 하다.
처음에 이 시를 눈으로 '읽기' 전에 귀로 '들었던' 분들이 많을 것이다. 메조 소프라노 백남옥의 음성이었고, 작년 봄에 세상을 뜬 작곡가 김순애 선생이 빚은 선율이었다. 송창식의 청신한 목소리와 몸짓 또한 우리 마음에 사랑의 핵심들을 샘물처럼 쏟아 부었다. 발길이 바람 부는 새파란 풀밭을 만나거나 하면 자신도 모르게 그 멜로디를 흥얼댔다.
김남조(81)는 영성(靈性) 가득한 시인으로서 우리 여성 문단의 독보적(獨步的) 존재였다. 지금도 기도와 사랑과 겨울의 시인으로 독자들의 가슴에 자리잡고 있을 것이다. '(…)/ 신의 보태심 없는 그리움의/ 罰(벌)이여/ 이 타는듯한 갈망/ (…)/ 다 같이 늙어진 어느 훗날에/ 그 전날 잠시 창문에서 울던/ 어여쁘디 어여쁜/ 후조라고 할까/ (…)' (〈候鳥〉). 김 시인은 "아무리 시에 재기가 많아도, 시대에 대한 모럴이 가득해도 영성이 없어서는 미달이지 않는가"라고 말한 적이 있다. 진정 시의 원로만이 할 수 있는, 갈증 나는 이 시대의 영혼들에게는 샘물과도 같은 말이다.
출처 : 로 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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