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꿈처럼 달려와 줘요

겨울나무이야기 2008. 11. 23. 18:27

꿈처럼 달려와 줘요 - 박서원 내 사랑, 키 큰 나무들 노을로 반짝일 때 두 팔 가득 카나리아 안고 달려와 줘요. 외투와 장화 같은 건 버리고 달려와 줘요. 낮 동안은 초생달처럼 태양에게 빼앗겨야 하는 당신, 내게로만 몰리는 따뜻한 안개가 되어줘요. 이 저녁 백합이 시들기 전에 등잔으로 타오르는 내가 되게 해줘요. 당신의 가슴은 백합꽃들의 떨리는 바다 같아 한 마을을 뒤덮고도 쌓이는 흰 눈 나라 같아 나는 함부로, 함부로 당신에게 침범할테요. 때가 되면 살아 있는 것들이 잉태를 하듯이 당신은 그런 내 모습에 소스라치겠지요. 아아, 그래요. 나도 놀라 소스라칩니다. 그걸 잊고 있었다니 내 사랑, 이젠 아침의 태양이 당신을 세상으로 보내도 나는 언제나 홀로인 대낮의 치욕을 견디겠어요. 노을이 다시 창의 커튼을 바람처럼 흩트려 놓을 때 젖은 머리칼을 말리며 노래하는 카나리아 되고 있겠어요. 내 뺨을 박하향으로 불 피워놓고 언제까지나 당신을 기다리고 있겠어요. 약속 / 이필원과 미스틱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