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에 당신이 왔습니다 / 김용택
그 숲에 당신이 왔습니다.
나 홀로 걷는 그 숲에 당신이 왔습니다
어린 참나무 잎이 마르기 전에
그대가 와서 반짝이는 이슬을 텁니다
나는 캄캄하게 젖고
내 옷깃은 자꾸 젖어 그대를 돌아다봅니다
어린 참나무 잎이 마르기 전에도
숲에는 새들이 날고 바람이 일어 그대를 향해
감추어 두었던 길 바닥을 그대에게 들킵니다
그대에게 닿을 것만 같은 아슬아슬한 내 마음
가장자리에서 이슬이 반짝 떨어집니다
산다는 것이나
사랑한다는 일이나, 그러한 것들이 때로는 낯설다며
돌아다보면 이슬처럼 반짝 떨어지는 내 슬픈 울음이
그대 환한 손등에 젖습니다
사랑합니다.
숲은 끝이 없고 인생도 사랑도 그러합니다
그 숲에 당신이 이슬처럼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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