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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이 오면

겨울나무이야기 2008. 12. 8. 21:00

그날이 오면

 

                

나 죽어 이땅에 한줌의 흙이 되고

대지의 밀진 거름이 되리라

그날이 오면

푸른 구슬 솔가비로 하늘을 가리고

새와 그림자로 무리지어진

나 한그루의 큰나무가 되리라

 

잎이 들어진 그늘과

낙엽으로 헝클어진 대지의 자연으로

둔덕많은 언덕위의 그림자처럼

끝없는 수평선의 빈배가 되고

피곤한 나그네의 오막살이 되는

나 한그루의 큰나무가 되리라

 

머언 훗날

가시덩쿨 우거진 숲속의 오솔길을

나 혼자 헤치며 걸어갈 때

새소리 풀내음과 잡초소리 들으며

혼자만의 그림자를 이끌고 가는

나 한그루의 큰나무가 되리라

 

갈 수 없는 시절의 추억을 보듬고

우리네 인생길의 원시림을 향하여

울림없는 빛줄기와 물결소리 벗 삼아

눈짓으로 화답하며 웃음으로 건너가는

나 한그루의 큰 나무가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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