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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편지

겨울나무이야기 2008. 12. 1. 16:12


 
     
     또 한해가 가버린다고 
    한탄하며 우울해하기보다는
    아직 남아있는 시간들을
    고마워하는 마음을 지니게 해주십시오

    한해동안 받은
    우정과 사랑의 선물들
    저를 힘들게 했던 슬픔까지도
    선한 마음으로 봉헌하며
    솔방울 그려진 감사카드 한 장
    사랑하는 이들에게 띄우고 싶은 12월

    이제, 또 살아야하지요
    해야 할 일 곧잘 미루고
    작은 약속을 소홀히 하며
    남에게 마음 닫아 걸었던
    한 해의 잘못을 뉘우치며
    겸손히 길을 가야 합니다.

    올해도 밉지만
    후회는 깊이 하지 않으렵니다
    진정 오늘밖엔 없는 것처럼
    시간을 아껴쓰고
    모든이를 용서하면
    그것 자체로 행복할 텐데---
    이런 행복까지도 미루고 사는
    저의 어리석음을 용서하십시오

    보고 듣고 말할 것
    너무 많아 멀미나는 세상에서
    항상 깨어 살기 쉽지 않지만 눈은 순결하게
    마음은 맑게 지니도록
    고독해도 빛나는 노력을
    계속하게 해 주십시오

    12월엔 묵은 달력 떼어내고
    새 달력을 준비하며
    조용히 말하렵니다
    "가라" 옛날이여
    오라, 새날이여
    나를 키우는 데
    모두가 필요한
    고마운 시간들이여,

    - 이해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