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호의 '하얀 나비'를 들으면 어쩐지 서글픔 같은게 느껴지는 건,
김정호가 노래처럼 정말로 나비같이 살다 스러져간 때문일 것이다.
실제 김정호가 작곡가와 가수로서 두각을 드러낸 것은
1972년부터 1975년에 이르는 짧은 순간 뿐이었다.
그 외 그의 생이란 것은 시종 비참했다.
뇌염과 결핵에 시달린 투병의 시간이거나
대마초 파동에 연루되어 꽁꽁 묶인 기간이었으니 말이다.
마치 긴세월 지상에서 보내다 짧은 순간 날아오르는
하얀 나비의 생처럼 말이다.
김정호의 소리는 분명히 여성적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남성적이라고 보기엔 너무 여리고 가냘프다. 그
의 노래를 처음 듣는 사람들은 이 목소리의 주인공이
섬세하고 예민한 감성의 소유자임을 직감하겠지만,
한 번 듣고 두 번 듣고 그러다가 그의 노래에 익숙해지게 되면
단지 그것만으로는 불충분한 그 무엇인가가
그의 노래 속에 흐르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그 순간 한 번 듣고 그냥 무심히 지나칠 수도 있는
그의 음색은 아주 색다른 매력을 발산한다.
김정호의 노래는 듣는 사람의 심연을 훑는다.
그의 매력은 끊길듯 끊어질듯 아슬아슬하게 이어지면서도
내면의 힘을 쏟아내는 창법,인생의 단면이 아니라
과거, 현재, 미래를 한꺼번에 관통하는 시적 정서이다.
그것은 그가 부른 노래속에서 '한(恨)'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김정호를 알았던 대부분의 사람들은 말한다.
"그를 앗아간 것은 병이 아니라 그 '한(恨)'의 노래'라고." |